무엇이 바른 길인지 아는 것이 바른 삶을 이끌지 않습니다. 몰라서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할 마음이 없어서 하지 않는 것입니다. 교육이 부족해서라기 보다는 할 마음이 없는 것입니다. 사회교리를 배운 사제의 실망스러운 모습도 하느님의 말씀을 그렇게 많이 읽고 단련된 목회자의 실망스러운 모습도 사실 몰라서 생긴 것이라기보다는 할 마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형제들>의 다음 구절을 읽어봅시다.
“길을 가다 보면 우리도 반드시 그렇게 다친 사람을 만나기 마련이다. 오늘날에는 그렇게 다친 사람들이 많다. 길가에서 도움을 청하는 이들을 포용할 것인가 배제할 것인가의 문제는 모든 경제, 사회, 정치, 종교계의 계획을 정의한다.”(69항)
사회교리의 길고 긴 이야기를 쉽게 정리해 봅시다. 길을 가다 아프고 힘든 사람을 만났다 생각해 봅시다. 살다가 나와 전혀 무관한 힘들고 아픈 이들을 만났다 생각해 봅시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들을 안아주어야 할까요? 그냥 지나쳐야 할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들을 도와야 한다고 할 것입니다. 종교나 사상 그리고 배움의 정도와 무관하게 그렇게 답할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알고 있지만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무엇이 양심에 따른 것인지 알지만 그것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회교리가 가르치는 것을 굳이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아도 우린 양심이란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양심의 울림이 응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무엇이 바른 것인지 안다고 삶이 바뀌지 않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삶입니다. 바름이 삶이 되어야 합니다. 알고 있다고 그리 되어 있다 착각해서는 안 됩니다. 예수를 그저 알면 예수의 품에 있다고 착각합니다. 그러나 예수를 알아도 예수의 품 안에 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성당에 다니고 성당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오랜 시간 듣고 있다 하여도 예수의 품에 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신과 무관하다고, 아프고 힘든 이들을 배제하고 있다면, 아무리 많이 알고 아무리 성당과 교회를 오래 다녀도 예수의 품과 멀리 떨어져 있을 수 있습니다. <모든 형제들>은 가난하고 힘든 이들 앞에서 모든 경제와 사회 그리고 정치와 종교가 계획을 정한다고 합니다. 그들과 더불어 있음의 정도로 그 사회와 그 종교는 제대로 바르게 있는지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적어도 신앙적으로 그렇습니다. 가난하고 힘든 이들을 배제하고 더 빨리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외침에 열심은 사회와 종교에 하느님은 더불어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가 믿는 그 신앙의 뿌리가 되는 종교는 가난하고 힘든 이들의 벗인가요요? 형식적으로 남들 눈치를 보면서 곁으로 그저 더불어 있다 광고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진심으로 그들과 더불어 있는가요? 그들과 더불어 있기 보다 자기 종교의 이익이 더 크고 더 중요한 것은 아닌가요? 종교가 사업이 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요? 자기 내어줌은 없고 오직 더 많이 챙기고 소유함만이 있는 것은 아닌가요?
살아가다 만나는 나와 무관한 가난하고 힘든 이들 앞에서 나의 신앙은 그 본질을 드러낼 것이고, 나의 종교도 그 본질을 드러낼 것입니다.
부디 우리 모두 부끄럽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알기만 할 뿐 여전히 부끄럽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유대칠 암브로시오
2021 0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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