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혁명의 날! 한국 가톨릭 교회는 조용했습니다. 오히려 강요된 침묵이 교회를 채우고 있었습니다. 교회는 일본의 눈치를 보고 있었습니다. 강자의 편에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일어나는 민중의 외침에 거리를 두고 오히려 대죄라며 막아섰습니다. 치욕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종교란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정의를 위하여 일어나는 힘이 되어야 합니다. 종교가 강자의 뒤에 숨어 있다는 것, 민중의 아픔에 고개 돌리고 있다는 것,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자기 종교의 이득을 위한 것이라며 오히려 그 악조차도 악인지 모른다면 문제는 더욱더 심한 상황이라 생각합니다.
미얀마/버마 가톨릭교회 역시 이러한 실수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가톨릭뉴스 지금 여기>에 인용된 미얀마/버마 가톨릭 평신도 활동가 마웅 요한 박사의 말을 읽어봅시다.
"가톨릭은 주로 전례와 사목에 집중하지 시위와 폭력을 사회적, 예언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제도교회인 주교회의는 시위 동참과 가톨릭 깃발 사용을 금지했지만 많은 가톨릭 신자는 주교회의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깃발은 물론 십자가를 들고 거리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출처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가톨릭 교회는 전례와 사목에 집중할 뿐, 이 시대의 부당한 권력 앞에서! 부조리의 앞에서! 싸우고 일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얀마/버마 가톨릭교회는 시위 참여와 가톨릭 깃발 사용을 오히려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저 전례에 열심이며 민중의 아픔에 고개 돌린 교회가 바른 교회일까요? 오히려 민중의 편에서 그들의 분노를 바로 우리의 분노라며 일어난 평신도들은 주교회의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십자가를 들고 거리 시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과연 누가 예언자적 소명을 다하고 있는지 아마 훗날 교회사는 분명히 기억할 것이다. 3.1 혁명의 그날 한국가톨릭교회의 실수를 지금 미얀마/버마 가톨릭교회는 다시 반복하고 있습니다. 피하고 막아설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앞에서 부조리와 싸우고 아집과 이기심과 싸워야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종교의 힘이겠지요.
<모든 형제들>의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때로 하느님을 믿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들이 믿는 사람들보다 하느님의 뜻을 더 잘 실천한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74항)
하느님을 따른다고 말하고 믿는다고 말하지만 하느님의 뜻을 따르지 않고 그저 전례만 열심히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례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하느님이 믿지도 않는다는 이들이, 경우에 따라선 오히려 무신론자나 다른 종교의 사람들이 더 치열하게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고 살아가는 것을 봅니다. 3.1혁명의 그 날! 하느님의 뜻을 버리고 전례에 열심이고 사목에 열심이던 한국 가톨릭 교회와 달리 이 땅 많은 종교들은 만세를 외치며 죽어갔습니다. 동학이 죽어갔고 개신교회가 죽어갔고 불교가 죽어갔습니다. 과연 하느님의 뜻은 어디에 있었을까요? 그 죽음이 죽음으로 끝나지 않고 지금 우리 역사의 든든한 기초가 되어있음을 우리는 잘 압니다. 그 죽음은 부활을 조건이었던 것입니다. 오히려 당시 한국 가톨릭 교회는 최근 과거 그 비겁한 과거를 반성하며 사과해야 했습니다.
미얀마/버마 가톨릭 교회가 금지한 그 시위, 바로 그 시위에 하느님의 뜻이 더불어 있음을 믿습니다. 주교회의가 금지한 그 가톨릭 깃발과 십자가에 하느님이 함께 하심을 믿습니다. 종교의 벽을 넘어 죽음 조차 두려워하지 않으며 민주화를 위하여 역사의 최전선에 나선 그들에게 하느님께서 더불어 있음을 믿습니다.
지금 그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유대칠 암브로시오
2021 0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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