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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강학회

더불어 살라 창조하셨습니다. (더불어 신학으로 읽는 <지혜서> 1)

by Daechilyus Ambrosius Magnus 2021. 3. 22.

13 하느님은 죽음을 만들지 않으셨고 산 자들의 멸망을 기뻐하시지 않는다.

14 하느님은 모든 것을 살라고 만드셨으며 세상의 모든 피조물은 원래가 살게 마련이다. 그래서 피조물 속에는 멸망의 독소가 없고 지옥은 지상에서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한다. 덕스러운 자들은 지옥을 모르며

15 의인은 죽지 않는다.

16 악인들은 행실과 말로써 죽음을 자초하고 죽음을 벗으로 생각하고, 죽지 못해서 애태우며 죽음과 계약을 맺는다. 그들은 과연 죽음과 한 패가 되기에 알맞은 자들이다.

(<지혜서> 1장 13-16절)

죽음과 절망의 하느님이 아니십니다. 그분은 죽음을 만들지도 않았고, 멸망을 즐기는 분도 아니십니다. 그분은 죽으라 우리를 만드신 것이 아니라, 살라고 우린 만드셨습니다. 우린 죽으라 만든 존재가 아니라, 살라 만든 존재란 말입니다. 우리 생명엔 독이 없습니다. 우리 생명을 다해 덕스럽게 살아간다면, 지옥은 두려울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그 창조의 원리, 그 첫 순간 하느님께서 준비하신 그 모양 그대로 살아간다면 누구나 다 의로운 이가 될 것입니다. 그 의로운 이는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그는 살라 만든 하느님의 뜻을 자기 삶으로 살아가는 이입니다. 생명을 향한 희망으로 살아있는 사람입니다. 악한 행위로 죽음을 벗 삼아 살아가는 이가 아닙니다. 자기 안에 주어진 그 하느님의 뜻에 따라서 생명의 길을 살아가는 이입니다.

자기 안에 생명을 따라 살아가는 이는 남을 죽음으로 이끌지 않습니다. 남이 죽도록 그냥 두고 보며 혼자만 생명의 길을 가지도 않습니다. 더불어 갑니다. 남의 생명을 함부로 하는 이가 어떻게 생명 가운데 살아있는 이이며 덕스러운 이이며 정의로운 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혹시나 남에게 악을 행했다면 그것이 부끄러워 자신을 돌아보고 돌아보는 이입니다. 하느님의 그 뜻에서 떨어져 산 적이 있다면, 그것이 부끄러워 돌아보고 또 돌아보는 이입니다. 그런 이가 남을 함부로 하진 않습니다. 사실 남이라 부르지만 남이 아니라 모두를 우리라 안아주는 이입니다. 남에게도 바로 자기 자신이 하느님의 은혜가 되어 생명으로 다가가는 이입니다.

죽음으로 살아가는 이는 스스로도 죽음으로 무너지지만 남 역시 같이 무너뜨립니다. 참으로 서글픈 존재입니다. 홀로 누리려 하지만 홀로 죽으려 하진 않는 그런 서글픈 존재입니다. 그런 존재에겐 생명의 길이 없습니다. 아무리 생명의 길로 나아가게 창조하여도 그의 자유 의지로 하느님의 뜻에서 멀어지는 이입니다.

일제강점기, 그 악덕이 부끄러운 줄 모르는 이들이 아직 있습니다. 아직도 독립운동을 한 이들을 조롱합니다. 그러면서 잘 삽니다. 그런데 그런 삶이 하느님의 생명이 머무는 그런 생명의 길일까요. 아닐 겁니다. 하느님은 악으로 기쁨을 누리는 이의 벗이 아니십니다. 그들이 거룩해 보이는 차림으로 신을 찬양하며 있다 해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그들의 편에 하느님은 아니 있으실 것입니다. 독재의 시대, 독재에 참여하며 민중을 탄압하고 그것으로 많은 것을 누린 이들이 있습니다. 아직도 그들은 그 날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 시대 민주주의 운동을 조롱하고 모욕합니다. 그런 이들에게 하느님이 더불어 함께 하실까요? 아닐 겁니다. 절대 아닐 겁니다. 의로운 하느님께서 독재자의 편에서 무엇인가를 누리려 하진 않으실 것입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들의 벗으로 있으실 분이 아니십니다. 스스로를 돌아본다는 것, 그것은 자기 안에 생명을 살리는 것입니다. 생명의 존재로 살기 위해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부끄러움 앞에서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는 것입니다. 부끄러움을 아는 것입니다. 그것을 하지 않고 여전히 많은 것을 누리고자 한다면, 그는 생명의 존재가 아니라, 죽음의 존재이며, 죽음으로 많은 이들을 이끌고 있는 악한 그 무엇입니다. 그들의 옆에 하느님께서 더불어 함께 하진 않으실 것입니다. 

하느님은 분명히 하십니다. 더불어 살라 우리를 창조하였지 홀로 누리며 살라 우리를 창조하지 않으셨습니다. 더불어 살며 서로가 서로에게 생명이 되고 희망이 되라 우리를 창조하였지 서로가 서로에게 죽음이고 절망이 돼라 우리를 창조하지 않으셨습니다. 

우리 역사 속 수많은 고난들... 일제강점기의 고난과 1980년 광주의 고난... 여전히 많은 이들이 조롱하고 무시하는 그 고난... 그 앞에서 여전히 부끄러움이 무엇인지 모르는 이들...

참 아프고 아픈 요즘입니다. 

유대칠 암브로시오 

2021 0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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