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올바른 지각이 없어, 그들은 이렇게 뇌까린다. "우리 인생은 짧고 슬프다. 수명이 다하면 별수 없이 죽는다. 지옥에서 돌아온 사람을 아무도 본 적이 없다.
2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도 우연이었고 죽고 나면 태어나지 않았던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의 코로 쉬는 숨은 연기와 다름이 없고, 우리의 생명이란 심장의 고동에서 나오는 불꽃에 불과하다.
3 불꽃이 없어지면 우리의 육체는 재가 되고 영혼은 하염없이 공기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4 때가 지나면 우리의 이름조차 잊힌다. 누가 우리가 한 일을 기억해 주겠느냐? 우리 인생은 구름 조각들처럼 지나가 버리고 햇볕에 쫓기고, 열에 녹아버리는 안개와 같이 흩어져 버린다.
5 인생의 하루하루는 지나가는 그림자, 한 번 죽으면 되돌아올 수 없다. 죽음이라는 도장이 한 번 찍히면 아무도 되돌아올 수 없다.
6 그러니, 어서 와서 이 세상의 좋은 것들을 즐기자. 늙기 전에 세상 물건을 실컷 쓰자.
7 값비싼 포도주와 향료를 마음껏 즐기자. 봄철의 꽃 한 송이도 놓치지 말자.
8 장미꽃이 지기 전에 장미 화관을 쓰자.
9 우리 중에 한 사람도 이 환락의 기회를 놓치지 말자. 우리의 몫이며 차지이니 우리가 놀고 즐긴 흔적을 도처에 남기자.
10 가난한 의인을 골탕 먹인 들 어떻겠느냐? 과부라고 특별히 동정할 것 없고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라 해서 존경할 것도 없다.
11 약한 것은 쓸모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힘을 정의의 척도로 삼자.
(<지혜서 2장 1-11절)
흔히 하는 생각입니다. 곧 사라져 버릴 인생, 살아 있는 동안 신나게 즐기자는 생각입니다. '정의'따위는 생각하지 말고 우선 더 많이 가지고 더 많이 누리며 살아가자는 생각입니다. 이런 생각은 드문 생각이 아닙니다. 어쩌면 아주 흔한 생각입니다. 이런 생각이 인생의 답인 사람들에게 악이란 약한 것이 되는 것입니다. 강자가 되면 그것이 바로 정답이고 그것이 '선'입니다. 그러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강자가 되려 합니다. 강자가 되어 약자를 지배하면서 자기 마음대로 신나게 하는 것이 인생 유일의 답이니 말입니다.
이런 생각으로 살아가는 이들은 사회를 분열시킵니다. 분열의 시작은 자신들을 높은 자리로 높이는 것입니다. 그렇게 윗자리와 아랫자리로 우리를 나누고, 우리의 하나 됨을 부수어 버립니다. 그리고 윗자리에서 마치 자신들이 윗사람이라도 되는 듯이 자신들이 가진 권력과 소유물로 약자들을 이용하고 괴롭힙니다. 마치 그것이 자신들의 당연한 권리라고 되는 듯이 말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을 흩어진 세상으로 창조하지 않으셨습니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이 세상은 조화와 질서의 세상입니다.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그 최선들이 모이고 모여 아름다움을 이루는 세상입니다. 그 최선엔 윗자리와 아랫자리가 없습니다. 우리 모두 가운데 더불어 아름다움을 위해 애써야 할 각자의 자리가 있을 뿐입니다. 그 자리는 모두가 같은 선상에 있을 뿐 더 높고 더 낮은 것이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에서 의사는 그 의술로 돈을 많이 버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를 구성하는 이들의 건강을 위해 애쓰는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법률가는 그 법률적 지식으로 돈을 많이 버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를 구성하는 이들 상호 간의 정의로운 관계를 위하여 애쓰는 사람입니다. 장사꾼은 열심히 노동하여 제품을 만든 이들과 그 제품이 필요한 이들 사이에서 교량의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입니다. 그렇게 서로의 노력들이 건강히 소통할 수 있게 노력하는 것이 장사꾼의 일입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에서 모두는 모두를 위하여 있습니다. 전체는 전체를 위하여 자기 내어줌으로 더불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모릅니다. 이것을 모르고 홀로 더 많이 누리고 살려고 합니다. 어차피 누군가 대신 죽지도 않은 것이고 죽은 이후 이런저런 것을 누릴 수도 없으니 최대한 살아있는 동안 신나게 즐기자 생각합니다. 홀로 더 많이 즐기자는 곳에서 더불어 있음의 가치는 철저하게 무시됩니다. 의사도 법률가도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것을 생각합니다. 장사꾼은 생산자의 노동을 무시하고 자신의 교묘한 말솜씨로 속여 싼 것을 비싸게 팔아 버립니다. 그렇게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합니다. 의사도 법률가도 믿지 못하고 장사꾼도 믿지 못하고 심지어 종교인들 조차 이기심으로 살아가니 믿지 못합니다. 말로는 거룩 거룩 하지만 결국 살아있는 동안 나 홀로 더 많이 누리자는 이들은 자기 자신만을 생각할 뿐입니다. 자기 내어줌은 쓸데없는 것입니다. 자기 내어줌 없이 모두가 그저 홀로 더 많이 가지기 위한 이곳은 전쟁터가 되어 버립니다. 지옥이 되어 버립니다. 악이 되어 버립니다. 악은 결국 하느님이 창조하신 것이 아니라, 더불어 잘 지내는 세상을 파괴하며 사람들 스스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자기 내어줌으로 더불어 있는 바로 그곳에 나는 우리라는 이름으로 부활할 것입니다. 죽지 않고 영원히 우리라는 이름 속으로 녹아들어 갈 것입니다. 홀로 누릴 생각만 하지 맙시다. 악을 만들게 됩니다. 자기 내어줌으로 더불어 누릴 생각을 합니다. 그리 삽시다. 선을 만들게 됩니다. 선이 곧 삶이 됩니다. 우리 가운데 선한 나로 부활하게 됩니다.
유대칠 암브로시오
2021 03 23
[오캄연구소의 길이 홀로 감이 아닌 더불어감이 되도록 후원해주실 분들은 카카오 뱅크 3333-16-5216149 (유대칠) 혹은 국민은행 96677343443 (유대칠)로 함께 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대구에서 '교부 문헌 강좌'와 '더불어 신학' 그리고 철학 강좌를 준비합니다. 함께 하실 분들은 summalogicae@kakao.com으로 문의해 주시면 됩니다. 서로에게 고마운 만남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유대칠.]
<위의 두 권은 저의 칼럼 모음집과 묵상집입니다. 앞으로 저의 칼럼과 길지 않은 글들은 모두 일정 분량이 되면 모음집으로 묶을 생각입니다. 오캄연구소를 위하여 구입해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아래 두 권의 책은 저의 저서입니다. 더불어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유대칠, <복음이 전하는 더불어 삶의 행복> (이 책은 링크된 '부크크 서점'과 '예스 24' 그리고 '교보' 사이트에서만 구매 가능합니다.)
www.bookk.co.kr/book/view/94794
유대칠, <우리와 더불어 우는 철학과 신학>
www.bookk.co.kr/book/view/92628
유대칠, <대한민국 철학사>
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93690705\
유대칠 <신성한 모독자>
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91155401217&orderClick=LOA&Kc=
'우리강학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한번 영원한 삶을 생각해 봅니다. (더불어 신학으로 읽는 <지혜서>4) (0) | 2021.03.26 |
---|---|
우린 지금 어느 길에 서 있습니까? (더불어 신학으로 읽는 <지혜서>3) (0) | 2021.03.25 |
더불어 살라 창조하셨습니다. (더불어 신학으로 읽는 <지혜서> 1) (0) | 2021.03.22 |
'나'라는 우상에 빠지지 맙시다. (더불어 신학의 요한 1서 읽기 20) (0) | 2021.03.10 |
우리 가운데 죽지 않은 삶을 산다는 것 (더불어 신학의 요한 1서 읽기 19) (0) | 2021.03.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