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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강학회

우린 지금 어느 길에 서 있습니까? (더불어 신학으로 읽는 <지혜서>3)

by Daechilyus Ambrosius Magnus 2021. 3. 25.

1 의인들의 영혼은 하느님의 손에 있어서 아무런 고통도 받지 않을 것이다.

2 미련한 자들의 눈에는 그들이 죽은 것처럼 보이고 그들이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 재앙으로 생각될 것이며

3 우리 곁을 떠나는 것이 아주 없어져 버리는 것으로 생각되겠지만, 의인들은 평화를 누리고 있다.

4 사람들 눈에 의인들이 벌을 받은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들은 불멸의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지혜서> 3장 1-4절)

기꺼이 마주하는 고난은 고난이 아닙니다. 부끄러움 속에서 부끄러움도 모르면서 누리는 기쁨에 비하면 달고 단 은혜입니다. 민중을 총칼로 죽이며 얻은 힘에 기생하여 누리는 기쁨보다 차라리 그 힘에 저항하며 누리는 고난의 길이 달고 단 기쁨입니다. 그것이 신앙이겠지요. 부끄러움도 모르고 부끄러운 길을 웃으며 가는 것보다 차라리 고난의 길이라도 부끄러움 없이 가는 것, 그것이 신앙의 길이겠지요. 

누군가의 눈엔 벌을 받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모르는 소리입니다. 벌이라니요. 오히려 하느님 품에서 누리는 불멸의 생명과 희망으로 가득 찬 은혜입니다. 차라리 독재자의 편에서 누리는 기쁨이 벌입니다. 그것이 진짜 벌입니다. 부끄러운 줄 모르고 누리는 그 기쁨이 차라리 가혹한 벌입니다. 그 기쁨이 죽음의 길입니다. 그것도 모르고 그 죽음의 길을 웃으며 가니 그 사람이 정말 불쌍한 사람입니다.

그들은 일제강점기엔 일본에 기생하여 누렸습니다. 또 그들은 독재의 시대엔 독재자의 힘에 기생하여 누렸습니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민중들이 아파하고 죽어가는 것도 모르고 그 더러운 힘에 기생하며 기쁨을 누렸습니다. 그 부끄러움을 누리는 것이 어디 제대로 된 참된 종교이고 신앙일까요? 그것이 하늘의 가치를 이 땅에 실현하는 종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차라리 누구보다 위선적으로 살아가는 거짓의 존재들이 아닐까요! 누구보다 더 부끄럽고 부끄러운 길을 부끄러움도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 어디 제대로 된 종교일까요. 어디 제대로 된 신앙일까요.

그런데 그 부끄러운 길을 홀로 살겠다고 홀로 기쁨을 누리겠다고 홀로 있었던 것이 종교입니다. 그리고 약한 힘이지만 부끄럽지 않기 위해 기꺼이 달걀로 바위를 치며 싸운 이들이 또 종교입니다. 거룩히 보이는 큰 건물 속에서 홀로 누릴 것을 다 누리며 부끄러움도 모르는 길을 간 것도 종교이고, 더는 부끄럽지 않기 위해 죽을힘으로 싸운 것도 종교입니다. 그런데 조금 더 많은 종교가 부끄러움도 모르는 길을 간 것이 사실입니다. 친열파 명단 가득히 있는 종교인들을 보면 가슴이 아픕니다. 독재자로부터 독재의 편이 되어 이런저런 것을 누리는 이들 사이 종교인들을 보면 가슴이 아픕니다. 그것이 정말 하느님의 선물이라 생각하며 웃고 있는 이들을 보면 가슴이 아픕니다. 

부조리에 저항하는 길이 비록 힘들고 어려워도 그 고난의 길은 은혜의 길이고 생명의 길입니다. 바로 그 길에 하느님과 더불어 있는 우리가 있습니다.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생명이 있고 우리의 희망이 있습니다. 있어야 합니다. 민중과 더불어 싸우는 종교가 있고 신앙이 있습니다. 있어야 합니다. 그 길을 힘들게 걷는 이는 보기에 힘들어도 평화를 누리는 은혜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며, 아픔의 길을 걷는 것 같아 보이지만 아프지 않은 하느님의 품에 안겨 걷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의 길은 어디인가요. 한번 돌아보게 됩니다. 

유대칠 암브로시오 

2021 0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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