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강학회

나는 어리석은 사람이 아닐까요? (더불어 신학으로 읽는 성서 1)

by Daechilyus Ambrosius Magnus 2021. 4. 3.

10 바보와 이치를 따지는 것은 잠자는 사람과 따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네가 이야기를 다 하고 나면 그는 "뭐라고요?" 하고 말할 것이다.

11 죽은 사람을 위해서 눈물을 흘려라. 빛을 떠났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자를 위해서 눈물을 흘려라. 슬기를 잃었기 때문이다. 죽은 사람을 위한 슬픔은 덜해도 좋다. 그는 안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어리석은 자에게는 삶이 죽음보다 더 슬픈 것이다.

12 죽은 사람을 위한 애도는 칠 일이면 되지만 어리석은 자와 악인의 일생은 모든 날이 초상날이다.

13 어리석은 자와 더불어 오래 말하지 말고 미련한 사람과 함께 걷지 말아라. 어리석은 자를 경계하여라. 네가 곤경에 빠지기 쉽고, 그에게 물들어서 몸을 더럽힐 수도 있다. 그를 멀리하여라, 그리하면 안식을 얻게 되고 그의 어리석음 때문에 괴로움을 당하지도 않으리라.

(<집회서> 22장 10-13절)

어리석은 사람은 변하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의 생각과 고집 가운데 살아갑니다. 그에게 아무리 소중한 지혜를 이야기해도 고민하지 않습니다. 아예 듣지 않습니다. 무엇이 자신의 귀를 울렸는지 그의 영혼은 알지 못합니다. 그저 자신의 아집 가운데 남을 쉽사리 비난하고 조롱합니다.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그의 옆에 있으면 조심해야 합니다. 그가 몸을 털 때 난 조롱과 무시의 힘겨운 말들이 마음을 아프게 할 것입니다. 아집이란 이렇게 무섭습니다. 자신도 죽은 듯 변하지 않습니다. 변하지 않은 채로 그대로 고정되어 버렸다는 것은 죽었다는 말입니다. 아집은 살아도 죽어 있게 만듭니다.

‘아집(ātma-grāha)’이란 말은 원래 불교 용어입니다. 변하지 않은 실체적 자아가 있다는 고집입니다. 이에 따라서 표준과 기준도 없이 자기의 의견에만 집착하여 고집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결국 사람의 고통도 바로 그 아집으로 인하여 일어난다는 것이 부처님의 말씀입니다. 부처님의 말씀처럼 그것은 나를 위한 것이라 생각되지만 오히려 나를 아프게 합니다. 참된 세상을 보지 못하고 거짓을 참된 것이라 믿게 만들고, 그 가운데 살게 만든다. <집회서>의 어리석은 사람과 같이 말입니다. 아무리 소중한 지혜의 말씀이 바로 옆 자리에 다가와 자신과 더불어 있지만 듣지도 보지도 못합니다. 

생각해 보면, 그들은 살아있지만 매일의 삶이 죽음의 삶인 그런 사람들입니다. 그것이 어리석은 사람들의 삶입니다. 매일의 일상이 초상 날인 사람들의 삶이 바로 어리석은 사람들의 삶입니다. 지금 <집회서>에서 하느님은 ‘슬기’보다 ‘고집’과 ‘아집’에 빠진 이들을 경계하며 그리 살지 말라 우리에게 일러두시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리석은 사람에 대한 이러한 경계 앞에서도 하느님의 지혜를 보지 못합니다. 이 글과 말에 담긴 지혜를 보지 못합니다. 그에게 다가가 읽히고 들려도 그는 그만을 생각한다. 그렇게 사람은 ‘나’만을 생각합니다.

돌아봅시다. 과연 나는 얼마나 ‘지혜’로 운가? 작은 지식에 빠져 지혜 없이 사는 것은 아닐까?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모든 것을 경멸하며, 그 경멸의 말재주로 우쭐거리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아집 속에서 함부로 남에 대하여 비방하며 우리의 하나 됨을 부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돌아봅시다. 

나의 욕심으로 가득한 삶에 하느님의 말씀이 들릴까? 양심의 울림으로 다가오는 하느님의 말씀이 나의 삶을 움직이고 있을까? 십자가의 수난에 담긴 그 지혜의 말씀이 나의 삶으로 이어지고 있을까? 어쩌면 나의 삶 동안 쉼 없이 울리는 지혜의 말씀에도 나는 하느님께 “뭐라고요?”라며, 더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나의 기쁨과 소유를 위한 답을 달라 빈정거리는 어리석은 사람은 아닐까? 나는 나를 생각해 봅니다. 과연 나는 어리석은 사람이 아닐까? 

유대칠 암브로시오

2021 04 03

 

[오캄연구소의 길이 홀로 감이 아닌 더불어감이 되도록 후원해주실 분들은 카카오 뱅크 3333-16-5216149 (유대칠) 혹은 국민은행 96677343443 (유대칠)로 함께 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대구에서 '교부 문헌 강좌'와 '더불어 신학' 그리고 철학 강좌를 준비합니다. 함께 하실 분들은 summalogicae@kakao.com으로 문의해 주시면 됩니다. 서로에게 고마운 만남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유대칠.]

<위의 두 권은 저의 칼럼 모음집과 묵상집입니다. 앞으로 저의 칼럼과 길지 않은 글들은 모두 일정 분량이 되면 모음집으로 묶을 생각입니다. 오캄연구소를 위하여 구입해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아래 두 권의 책은 저의 저서입니다. 더불어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유대칠, <복음이 전하는 더불어 삶의 행복> (이 책은 링크된 '부크크 서점'과 '예스 24' 그리고 '교보' 사이트에서만 구매 가능합니다.)

www.bookk.co.kr/book/view/94794

 

복음이 전하는 더불어 삶의 행복

홀로 외로운 시대, 홀로 더 많은 것을 누리며 불행한 시대, 정말 제대로 행복한 것을 무엇인가를 예수의 <주님의 기도>와 행복과 불행에 대한 이야기를 묵상한 묵상 모임집이다. 더불어 있음의

www.bookk.co.kr


유대칠, <우리와 더불어 우는 철학과 신학>

www.bookk.co.kr/book/view/92628

 

우리와 더불어 우는 철학과 신학

모두가 홀로 누리며 홀로 높아지려는 시대, 그 아집으로 인하여 수많은 이들이 아프고 힘든 시대, 참된 더불어 행복하게 위한 더불어 있음의 철학과 더불어 있음의 신학을 궁리해 본다. 우리 시

 

w

ww.bookk.co.kr

유대칠, <대한민국 철학사>

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93690705\

 

대한민국철학사 - 교보문고

이 책은 이 땅에서 우리말 우리글로 역사의 주체인 우리가 우리 삶과 고난에 대해 고민하고 사유한 결과물이 한국철학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므로 중국의 변방에서 중국을 그리워하며 한자로 철

www.kyobobook.co.kr

유대칠 <신성한 모독자>
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91155401217&orderClick=LOA&Kc=

 

신성한 모독자 - 교보문고

중세에서 근대 초기에 이르기까지 지성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험한 철학자 13인이 일으킨 파문과 모독의 일대기를 다룬 『신성한 모독자』. 중세에서 이단이란 그리스도교 외부에 있는 다른

www.kyobobook.co.kr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