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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강학회

부활, 죽음을 향한 죽음이 아니었습니다. (더불어 신학으로 읽는 <지혜서> 6)

by Daechilyus Ambrosius Magnus 2021. 3. 28.

1 그러면 왕들이여, 내가 하는 말을 듣고 깨달아라. 땅의 끝에서 끝까지를 다스리는 통치자들아, 배워라.

2 수많은 백성을 다스리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신하들을 자랑하는 자들은 귀를 기울여라.

3 그대들이 휘두르는 권력은 주님께서 주신 선물이며, 그대들의 주권 또한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주신 것이다. 따라서 주님께서는 그대들의 업적을 굽어보시고 그대들의 계략을 낱낱이 살피실 것이다.

4 만일 주님의 나라를 맡은 통치자로서 그대들이 정의로 다스리지 않았거나 율법을 지키지 않았거나 하느님의 뜻에 맞게 처신하지 않았으면

5 주님께서 지체 없이 무서운 힘으로 그대들을 엄습하실 것이다. 권세 있는 자들에게는 준엄한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

6 미천한 사람들은 자비로운 용서를 받겠지만 권력자들은 엄한 벌을 받을 것이다.

7 만인의 주님은 어떤 인간도 두려워하시지 않고 힘센 자라고 해서 위해 주시는 법이 없다. 그분은 대소 만물을 친히 지으셨고 따라서 만인을 똑같이 대하신다.

8 그러나 권력자들은 엄하게 다스리신다.

(<지혜서> 6장 1-8절)

통치자란 더 큰 책임감으로 살아야 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입니다. 더 큰 특권은 그 책임감에 근거하여 주는 것이지 그 사람이 대단하여 주는 것이 아닙니다. 그 책임감의 시작은 '정의'입니다. '정의'로운 모습으로 민중 앞에 당당하게 설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특권으로 이런저런 이득을 취한 이가 거짓으로 정의를 말하며 민중을 속이며 선다면, 그는 이미 책임감을 다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스스로 자기 자신 조차 책임질 수 없는 사람이 어찌 민중의 앞에서 더 큰 책임감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그리고 통치자란 하느님의 뜻을 하느님의 손과 발이 되어 이 땅에 구현하는 사람입니다. 하느님의 뜻에 따라 하느님의 손과 발이 되어 산다는 것은 이 땅에 아프고 힘든 이들의 옆에 그들의 눈물이 되고 분노가 되고 웃음이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렇게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원하시며 그 더불어 삶의 모습을 바라보시며 기뻐하실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땅 많은 통치자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정의라는 이름으로 사람들 앞에 서지 못했습니다. 총과 칼로 정의를 죽이며 스스로 권력자가 되어 수많은 이들을 아프게 하며 자기 자리를 지켜냈습니다. 그저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자기 권력을 유지하는데 온 힘을 다했습니다. 민중은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필요하다면 군대를 데려다 민중을 죽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잔혹하게 죽이고 아프게 해도 부끄러운 줄 모릅니다. 그래도 되는 것이 통치자라 생각하니 말입니다. 이 땅 그 부끄러운 역사는 어디 정치에 한정될까요. 경제에서 종교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영역에서 통치자는 정의롭지 못했습니다. 정의롭지 못한 이에게 아프고 힘든 이와 더불어 살라는 것은 무리한 부탁입니다. 정의롭지 않은 이는 자기 한 사람 챙기는 것 이외 다른 것을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겨우 자기 편의 누군가를 챙기며 자신의 손과 발이 되어 더 많은 소유와 권력을 챙기게 할 것입니다.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에게서 정의는 힘없고 무력한 단어이며, 더불어 있음은 꿈꿀 수 없는 생각 속 '이상'일뿐입니다.

미얀마를 봅니다. 군부는 총칼로 다시 민중을 죽이며 자기 힘으로 자기 가진 것을 지키려 합니다. 그 힘에 민중은 없고 자기 이기심과 아집뿐입니다. 정의는 찾기 어렵습니다. 정의가 힘을 가진 세상에선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니 정의를 기대하긴 힘들 것입니다. 오히려 죽어가는 이의 죽음에서 정의를 봅니다. 그리고 그 의로운 죽음이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거대한 힘으로 살아나 미얀마를 부활케 할 것이라 믿어봅니다. 

이 땅의 지난 총칼의 권력을 보며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아직 제대로 된 심판 하나 없이 여전히 잘 살아가며 거짓으로 자신을 치장하며 역사를 조롱하는 이들을 보며 우리 자신의 현실을 마주합니다. 아직 우린 그런 부끄러움을 부끄러움으로 알지 못하는 많은 이들이 있습니다.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그들처럼 강한 통치자가 되어 거짓도 쉽게 하고 홀로 더 많은 것을 누리는 것도 쉽게 하고 싶어 합니다. 그들처럼 살고 싶어 합니다. 

종교도 그러합니다. 지난 시간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더러운 권력과 손을 잡고 역사와 민중 앞에 부끄러운 종교를 봅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종교를 봅니다. 무엇이 잘못인지 모르는 종교를 봅니다. 거대한 성전에 집중하고 화려한 자리에 집중하며 살아가는 종교를 봅니다. 종교 권력자의 부끄러운 모습에서 하느님이 비워진 외로운 화려함을 봅니다. 

고난의 시간, 예수님의 죽음은 죽음을 향한 죽음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에게 박힌 그 못은 예수님을 죽음에 이르게 하지 못했습니다. 고난의 시간, 예수님의 죽음은 새로운 시대 새로운 희망의 시작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자기 내어줌으로 예수님은 우리 모두 안에 더욱더 강한 생명력으로 부활하여 우리 모두의 예수님으로 지금도 여전히 우리와 더불어 있으십니다. 그 부활의 기적이 지금, 미얀마 민중에게 함께 하길 기도합니다. 그들의 죽음이 죽음을 향한 죽음이 아니라, 부활의 시작이길 기도합니다. 정의로운 민중의 힘이 미얀마 역사의 주체가 되는 날을 기도합니다.

그리고 이 땅의 역사 속 부끄러움들도 씻어지길 기도합니다. 생명의 길이 아니라, 죽음의 길을 이야기하던 위선적인 종교와 정치의 부끄러움이 씻겨지길 기도합니다. 스스로 높은 자리에 올라 화려한 성전에서 화려하게 살고자 한 종교 권력의 추악함이 씻겨지길 기도합니다. 낮은 곳에 낮은 이의 옆에서 정의를 갈구하고 더불어 있음에 절실한 이들의 그 눈물과 아픔, 바로 그곳에 계신 하느님 앞에 부끄럽지 않은 종교가 되길 기도합니다. 

부활, 참된 부활을 죽음을 향한 죽음이 아니었습니다. 살기 위한 죽음이었습니다. 미얀마, 그곳의 그 거룩하고 정의로운 죽음이 정의로운 미얀마를 위한 부활의 시작임을 기도합니다. 그리고 낮아지고 정의로운 이 땅 종교를 위해 기도합니다. 그 종교의 자기 내어줌이 정의로운 종교의 시작임을 믿습니다. 스스로 죽어지고 죽어질 때 참된 종교의 가치, 하느님의 뜻이 살아날 것이라 믿습니다. 이 땅 그리스도교가 부디 위선적인 종교가 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고난과 부활... 기도합니다.

유대칠 암브로시오 

2021 0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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