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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존재론

철학은 더불어 우는 목소리에 대한 기록이어야 한다. (더불어 철학 시작하기 5)

by Daechilyus Ambrosius Magnus 2021. 6. 5.

철학은 글공부가 전부인가? 조선 시대 지식인을 생각해보자. 그들 대부분은 글공부가 너무나 소중했다. 공자니 주자니... 이황이니 이이니... 그들의 삶 내내 그들의 이름은 단순한 누군가의 이름이 아닌 답의 이름이었고 그 답 가운데 누구의 답을 선택하면 그 답을 더욱더 단단히 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런 노력이 매우 순수한 것이라도 사실 조선 지식인들이 그들과 동시를 산 사회적 약자를 위하여 한 일은 매우 적다. 아무리 몇몇 학자들이 신분제의 문제점을 인식했다 해도 사실 그런 인식이 사회를 개혁하자는 분노가 되진 못하고 그냥 인식으로 그쳤다. 왜일까? 솔직하게 생각해 보면 조선 시대의 지식인들은 그 시대 자신이 인식한 그 사회적 문제에서 고난의 주체가 아니었다. 그들은 통치의 주체일 뿐이었다. 종종 양반들, 즉 조선 지식인들 사이의 권력과 관련된 논쟁에선 그 논쟁 자체가 자신들의 기득권과 관련되기에 치열하게 다투었지만 실상 신분제와 같은 사회적 문제엔 비록 그것이 문제임을 인식했다 해도 개혁적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조선 지식인들의 그 치열한 궁리함이 결국 조선 시대 사회적 고난의 주체인 민중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결국 치열한 궁리로 사회적 부조리를 인식했다 하여도 그 부조리에 대한 아픔에 공감하지 않는다면, 그 앎은 앎일 뿐 삶이 되진 못한다. 지금 우리에게 철학은 어떠할까. 우리의 철학도 현실의 부조리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모른다면 그것도 큰 문제다. 현실에 무용한 글놀이라면 취미로는 좋지만 공적 가치는 없을 것이다. 분명 나름 열심인 철학자라면 현실의 부조리에 대하여 무지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공감이 없다면, 구체적 고난에 대한 무지에서 추상적 고난에 대한 초월적인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다. 관념 속 머무는 고난에 대하여 현실 밖에서나 일어날 그럴 듯한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다. 그냥 언어유희로는 재미있겠지만 현실에선 어디에도 쓸데없는 것이 될 것이다. 

철학은 글공부가 본질이 아니다. 철학은 지식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민중을 계몽의 대상으로만 여기던 잔혹한 폭력의 시간, 민중을 조롱하는 언어가 몰라서 그렇다는 것이다. 몰라도 공감할 순 있다. 동학농민혁명의 날, 우린 몇몇 인물로 그 날을 기억하지만 그날의 그 역사적 움직임이 가능했던 것은 구체적 이름으로 기억되지 않는 수많은 민중들의 공감력 때문이다. 너의 고난을 나의 고난으로 받아들인, 그래서 죽을 줄 알면서 조선 정부군과 일본군에 대항하여 싸운 것이다. 어쩌면 질 줄 아는 싸움을 나간 것이다. 어떤 철학적 지식이나 어떤 역사적 주체로의 지적 자각 없어도 그 시대의 사회적 부조리에 대하여 더불어 아파했기에 자기 목숨도 내어주며 우리로 싸운 것이다. 철학도 이와 같아야 한다. 철학도 지식을 민중에게 계몽하는 권력자의 수단이 될 것이 아니라, 공감 속에서 더불어 있는 우리의 목소리가 되어야 한다. 정해진 무엇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어찌 살 것인가에 대하여 더불어 고민하는 여러 목소리들의 합창이 되어야 한다. 

철학은 글공부가 본질이 아니다. 글공부는 수단일 뿐이다. 철학자는 민중들, 아파하는 그 민중들의 목소리들이 울리는 그 합창의 소리를 글로 적어내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 철학자의 위치에 따라서 그의 주관에 따라 다양한 철학이 되겠지만, 적어도 그 철학이 그리려는 그림에 민중들의 목소리가 울리는 그 합창이 제외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공감하는 철학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유대칠

2021 06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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