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으로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철학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경전이나 신의 가르침에 순응하며 산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순응은 나란 주체를 따름의 주체로 삼을 뿐 이끔의 주체로 살긴 못하게 합니다. 아니라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는 그렇게 확신합니다. 철학으로 사는 삶은 자기 이성으로 자기 본질을 이끌어가야 합니다. 물론 그 이끔에 자기 존재는 따라가야 합니다. 그러니 철학으로 사는 삶은 자기 삶에 있어 따름의 주체이며 동시에 이끔의 주체입니다. 이끔의 주체가 알아도 따름의 주체가 따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철학적으로 수많은 이론들이 나오고 그 이론들이 저마다 이상적인 사회를 이야기하고 완전한 자아를 설명하지만 제대로 이루어지긴 어렵습니다. 안다 하여 이끌리지 않습니다. 어느 것이 바른 것이라 선택한다 하여 그 선택대로 살진 않습니다. 어느 순간 이끔의 주체와 따름의 주체 사이 분열을 해결하기 위하여 그냥 이끔의 주체가 또 다른 권위와 사회적 질서를 따릅니다. 즉 그 존재 자체가 그냥 따름의 주체가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철학으로 산다는 것은 따름의 주체로 산다는 것이 아니라, 이끔의 주체이며 따름의 주체가 된다는 것입니다. 자기 고민으로 스스로 자기 존재를 역동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남들의 기준으로 남들의 이끔으로 움직이는 것은 제대로 역동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이끌리는 것입니다. 철학은 다시 말하지만 이끌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존재를 이끌고 그 자기 이끔에 자기가 따르는 것입니다.
그래서 철학은 종교와 부조화하기도 합니다. 종교는 신의 명령과 계시라는 것에 이끔에 그저 따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신의 명령과 계시를 더 가까이서 듣는 이들의 말을 그저 따르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철학은 스스로 신에게 나아가라 합니다. 신이 그리 창조하였다면서 말입니다. 그러니 철학은 항상 존재의 일원론, 즉 있는 모든 것의 가치가 동일하다는 생각 속에서 나 자신의 존재와 그 존재의 가치를 긍정하며 스스로 신에게 다가가려 합니다. 그러니 많은 이들이 이단이 됩니다. 그러나 서로 존재의 가치가 동일하지 않으면 서로 더불어 있을 수 없으며 서로 더불어 있을 수 없다면 서로 이끌고 따르는 것이 자기 가운데 더불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신의 권위 속에서 누군가만 이끌고 누군가는 따르기만 합니다. 이것은 더불어 있음의 참모습이 아닙니다. 철학은 그러니 결국 종교와 부조화하게 됩니다. 많은 경우 말입니다.
그리고 철학은 영웅주의와도 부조화합니다. 영웅 철학자에게서 답을 구하는 것은 신의 계시 앞에서 수동적인 사람과 다르지 않습니다. 겨우 한다는 능동이 그 답을 잘 이해하는 정도이니 말입니다. 이 역시 철학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다른 이들보다 더 영웅 철학자의 철학을 더 많이 안다고 스스로를 대단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그도 가짜 주체성입니다. 그도 그저 홀로 주체성이며 따름의 주체일 뿐입니다.
나 하나의 존재도 이끔의 주체와 따름의 주체가 온전히 나라로 있을 때 제대로 실체가 됩니다. 우리 사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힘들죠. 가장 쉬운 것은 누군가의 답을 따르는 것이고, 가장 편한 우울감이 영웅의 답을 요약 정리하여 그것을 자기의 답으로 과시하며 모르는 이를 무시하는 것입니다. 철학은 그런 삶을 권하지 않고 철학의 본질은 그러한 것이 아닙니다. 철학은 하나의 학문 이름이 아니라, 삶에 대한 궁리함의 이름입니다. 철학으로 산다는 것은 스스로 자기 삶을 진지하게 궁리하며 이끌고 따른다는 것입니다. 그것 없이 영웅 철학자의 이론을 많이 알아도 홀로 따름의 주체일 뿐입니다.
더불어 있음의 존재론에서 오늘 고민해본 한 실체의 두 주체성의 공존, 즉 이끔의 주체와 따름의 주체를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유대칠
2021 0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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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칠의 <일반 형이상학 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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