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의 화폐와 씨앗 이야기
올리비(Petrus Johannis Olivi, 1248?-1298)는 화폐에 대하여 고민하였다. 동전이나 화폐는 그냥 만들어 두면 ‘자본’으로 기능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장난감으로 사용하는 동전이나 화폐와 ‘자본’의 기능을 가진 것이 다른 이유는 일정의 조건을 만족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 조건이란 무엇인가? 화폐를 가진 소유자가 화폐를 통하여 자신의 이익 창출 활동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화폐는 어떤 의미에서 이익을 창출하는 씨앗과 같은 성격을 가질 때 자본이 된다. 조금 쉽게 요즘의 방식으로 이야기하면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어야한다.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화폐는 자본의 기능을 가지게 되고 매매에 사용할 수 있다. 유대칠이 200만원을 유지승에게 빌려주었다. 빌려간 유지승은 그 돈으로 새벽 세차를 시작하였다. 그로 인하여 주어진 기간에 400만원의 이익을 얻었다. 그렇다면 돈을 빌려준 유대칠은 정정당당하게 자신의 돈을 빌려가 발생한 이익의 일부를 돈을 빌려간 유지승에게 요구할 수 있다. 즉 유대칠은 250만원을 요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유대칠은 이익 200만원 가운데 50만원을 요구한 것이 되고 유지승은 150만원의 이익을 얻게 된 셈이다.유대칠의 200만원으로 유지승은 400만원을 벌었다면, 유지승은 그 소득 가운데 200만원이 아니라, 250만원을 돌려주어야하고, 유지승은 순이익 150만원을 얻게 된 것이다.
보나벤투라는 질료 가운데 형상은 불완전한 형태로 머물고 있다 한다. 이 불완전한 형태로 있는 것을 두고 형상의 씨앗이라 한다. 보나벤투라와 같은 수도회에 있던 올리비는 돈이 씨앗이라 한다. 돈은 돈으로 있으면 불완전한 상태로 있는 것이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화폐와 그 화폐 소유자의 의지 그리고 능력이 만나서 이익을 현실화하게 된다. 씨앗이 씨앗으로 있어서는 안 된다. 씨앗이 과실이 되어야한다. 불완전한 매매 가능성으로만 있다면 소용 없다. 온전한 형상을 구현하기 위해 이익을 현실화해야 한다.
유대칠 (오캄연구소장)
나는 씨앗이 이렇게 없어서 과실을 기대할 수 없으니... 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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