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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유대칠64

불쌍한 우리 (일간유대칠 2020.04.08) 우린 참 불쌍하다. 수년 전의 일이다. 친구가 사고로 죽었다. 두 명의 여동생과 한 명의 남동생을 가진 친구는 실질적인 가장이었다. 작은 식당을 하는 친구의 어머니는 학자가 되고 싶던 친구는 직업 학원에 보냈다. 말은 스스로의 선택이라지만, 1998년 IMF의 상황에서 이미 오래 전 부터 다른 여인과 사는 아버지와 이미 오래 전 부터 아들만 유일한 희망으로 여기는 어머니 사이에서 친구는 대학이 아닌 직장을 선택했다. 분명 또 다른 의미에서의 강제성에서 말이다. 친구는 성실했다. 직장을 다니며 방송대를 다녔다. 사라진 아버지의 자리를 어머니는 남동생에게서 찾으려 할 것일지 모르겠다. 조금은 사태한 삶을 사는 남동생을 위해 어머니는 희생을 했고, 그 희생의 크기가 클 수록 친구의 희생도 동시에 커졌다. 그것.. 2020. 4. 8.
착해지자! 일간유대칠 2020.04.04 우리는 얼마나 나쁜 사람일까요?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사람이 제가 생각하는 나쁜 사람입니다. 우린 얼마나 나쁜 사람일까요? 사람들은 노인분들이 병을 퍼트린다고 생각합니다. 노인이 있는 곳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막상 시내를 나가면 절대 마스크를 내리지 않는 분들은 대부분 노인 분들입니다. 스스로의 건강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 나라의 노인 감염자 수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60대가 12%이고 70대가 7%이며 80대는 4%입니다. 그들은 겨우 산책을 하는 정도니 말입니다. 외부를 잘 다니지 않습니다. 그런데 막상 동네에서 자주 보게 되는 이들은 산책하는 노인이지만 노인분들의 활동은 많지 않고 마스크 착용이 아주 잘 되고 있습니다. 즉, 남에게 .. 2020. 4. 4.
마스크 뒤로 숨은 불안한 나 (일간유대칠 22호 2020.03.10) 마스크로 막고 싶은 것은 불안이다. 그냥 불안한 것이다. 나의 밖 모든 것을 믿지 못하고 살아왔다. 노력해서 살아도 엉뚱한 이가 낚아채고, 세상은 그것을 성공이고 세상사는 방법이라 말했다. 누구의 말도 믿지 못하고 믿을 것은 불안해하는 나란 존재의 생존 욕구 뿐이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는다. 손소독이 중요하다 해도, 이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나의 방어망이 필요하다. 마스크다. 그래서 마스크가 필요하다. 정부의 말도 믿지 못하고, 시장의 말도 믿지 못하고, 그나마 자신의 불안 해소 욕구를 가장 쉽게 자극하는 근거 없는 헛소문 만이 마스크 안으로 들어올 뿐이다. 마스크로 막고 싶은 것은 불안이다. 신학 전문가의 말도 우리네 삶과 멀었다. 우리네 삶, 곳곳에 생존에 대한 욕구로 가득.. 2020. 3. 10.
소리가 음악이 될 때 (일간유대칠 21호 2020. 03. 05) 언젠가 고물상 아저씨에게 산 LP가 나에겐 소중한 벗이다. 오늘도 LP가 나의 아침을 함께 한다. 고물상 아저씨의 큰 손수레에서 나의 가방에 담기고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 10만원이 되지 않는 작은 턴테이블 위에서 나의 LP들은 글노동의 순간마다 나의 벗이 된다. 나보다 나이가 더 많은 친구들도 제법되고 나의 클레식 카세트 테이프는 1984년 제작이니 내 어린 시절에 만들어진 30살도 더 되는 벗들이다. 음악이 나에게 다가와 나의 한 조각이 될 때 그 음악은 더 이상 그냥 박자에 따라 움직이는 소리 그 이상이 된다. 지금 울리는 1983년 LP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4번 G장조 작품 번호 58번 곡도 그냥 소리일 뿐일 수 있다. 나의 혼으로 다가와 나의 안 그 무엇이 아니면 말이다. 그냥 그런 긴 이름.. 2020. 3.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