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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유대칠64

라디오... (일간유대칠 20호 2020.02.08) 공부를 할 때 나의 옆에서 쉼없이 지지직 지지직 소리를 내고 있는 친구는 라디오다. 그냥 그렇게 지지직 지지직 소리를 내면서 내가 듣는 거의 유일한 방송 채널인 KBS 클래식을 들려준다. 아날로그에 대한 감성인지 그런 것은 모르겠다. 그냥 지지직 지지직 그 소리도 그냥 그대로 그 음악과 하나되어 있는 것 같아서 그렇게 나쁘지 않다. 약간의 잡음이 들어가서 오히려 편한 것이 나의 인생이다. 이 라디오도 지금 자기 자리에서 얼마나 열심히 주파수를 잡아서 소리를 바꾸어 나에게 들려주는가 말이다. 그 잡음도 그 노력과 애씀의 순간들을 보여준다. 아예 잡음만 나와도 나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하고 노력해서 그 가운데 음악을 잡아서 들려준다. 내 인생도 무지하게 잡음이 많다. 글솜씨도 좋은 것도 아니다. 이제까.. 2020. 2. 28.
대한민국철학사 한줄 읽기! (일간유대칠 19호 2020.02.26) 나는 너로 인하여 있다. P. 526 꽃은 홀로 아름답지 않다. 꽃의 아름다움은 햇빛의 ‘자기 내어줌’으로 있 다. 흙의 ‘자기 내어줌’도 더불어 있다. 바람의 ‘자기 내어줌’도 더불어 있으며, 빗물의 ‘자기 내어줌’도 역시나 더불어 있다. 그리고 강아지똥도 ‘자기 내어줌’ 으로 더불어 있다. 꽃은 이들 ‘자기 내어줌’이 더불어 있음으로 가득한 아름다움이다. 권정생에게 아름다움은 홀로 있는 것이 아니다. 여러 존재들의 자기 내어줌으로 가능한 것이 아름다움이다. 그것이 존재의 참모습이고 생명의 참모습이다. 한송이 꽃도 그저 외롭게 있지 않다. 한송이라며 하나로 부르지만 사실 수많은 조각의 있음들이 더불어 있음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더불어 있음이다. 그렇게 한송이 꽃은 우리로 있다. 햇빛도, 흙도, 빗물도, .. 2020. 2. 26.
대한민국철학사 한줄 읽기 (일간유대칠 18호 2020.02.24) P. 368 철학의 자리는 고난의 자리다. 철학은 자기 소리를 내는 것이다. ‘자기 무시’ 가 민중을 침묵하게 하는 힘이 있다면, 철학은 자기 소리를 내게 한다. ‘안’의 생각이 ‘밖’으로 울려 나오게 한다. 이것이 철학이기에 철학을 하기 위해선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고, 그 고민을 밖으로 드러내야 하며, 싸워야 한다. 현실의 부조리와 싸우는 철학, 현실의 고난을 긍정하는 철학, 자신이 중심이 되는 철학, 그것이 함석헌이 말한 진짜 철학이다. 철학함이란 자기 소리를 내는 것이다. 고난 가운데 자기 소리를 내는 것이다. 남의 소리에 울리며 남의 소리를 증폭시키는 스피커가 되는 것이 아니다. 치열하게 자기 고난 가운데 궁리하고 궁리함으로 자기 주체의 울림을 안에서 밖으로 내어 놓는 것이다. 남의 변두리에 서는.. 2020. 2. 24.
대한민국철학사 읽기 1 (일간유대칠 17호 2020.02.19) 는 내가 다른 이와 다르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책이다. 혹은 내가 다른 이와 다른 방식으로 풀어낼 것이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책이다. 그렇다고 누군가와 싸우기 위해 시작한 책은 아니다. 그렇게 심각한 시대적 사명감으로 시작한 것도 아니다. 그 시작은 지금 내가 읽은 철학사가 나에게 어떤 위로도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위로도 아니, 감동도, 그렇다고 어떤 유익도 없이, 거의 유일한 유익은 모르던 것을 알게 되었다는 점 정도다. 그러나 그런 것 이상의 무엇이 필요했다. 나에게 철학사는 철학함이다. 단순한 역사 서술이 아니다. 자신의 과거를 돌아본다는 것, 그것은 스스로를 반성적으로 사유한다는 것이고, 결국 그 반성적 사유 속에서 나는 온전한 내가 될 것이다. 반성이란 것은 결국 돌아봄, 회상이며, 그 회상 속에.. 2020. 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