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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유대칠64

그는 그래도 그렇게 살겠단다. (일간유대칠 12호 2020 01 30) 그는 무척 가난한 부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돈 없는 부부에게 산부인과는 먼 곳이었다. 하지만 의료인의 도움없이 허망하게 죽은 첫 아이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 겨우 생각한 것이 보건소였다. 그는 그렇게 보건소에서 태어났다. 그의 집에 전기를 소비하는 것은 백열등과 라디오 뿐이었다. 연탄불에 난방과 조리를 해결했고 방이라고는 그후로도 한참을 단칸이었다. 아비는 무능했다. 형이 죽으면 갑자기 첫째가 된 그는 사랑 받지못하고 살다 의무만 커진 사람이다. 그러나 그 의무란 것을 담아낼 능력이 없었디. 열심히 교회를 다녔지만 그를 기억하고 그의 편이 되는 이는 없었다. 믿는 이들 마다 가난한 그에게 사기를 쳤다. 다쓴 원고가 다른 이의 이름으로 제법 잘 팔리는 것을 보고도 제대로 다투기 보다는 포기에 익숙했다. 그래.. 2020. 1. 30.
생각하며 살아 있다는 것의 의미. (일간유대칠 11호 2020.01.28) 생각하며 살아있다는 것의 의미생각하며 있다는 것은 스스로를 돌아본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문제 삼을 수 있다는 말이다. 부끄러움이 무엇인지 안다는 말이다. 부끄러움을 무엇인지 안다면 그것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이다. 그것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것이 생각하며 있다는 말이다.살아있다는 것은 홀로 있지 않다는 말이다. 살아있기 위해선 수많은 타자에게 의존해 있다. 공기와 햇빛 그리고 물 그뿐인가 수많은 식물과 동물, 그 많은 것들이 자기 내어줌으로 나는 지금 이렇게 살아있다. 다른 것의 자기 내어줌이 없다면, 나는 한 순간도 살지 못하고 죽게 된다. 살아있다는 것은 그렇게 더불어 있다는 말이다.생각하며 살아있다는 것이 사람의 참 있음의 모습이다. 그냥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문제 삼으며 자기 자.. 2020. 1. 28.
'유대칠' (일간유대칠 10호 2020.01.24) 유대칠 여기 없다 저기 있나... 저기 있다 생각하니 여기 없나... 나는 그 사이 어디쯤... 여기 아니 있고 저기 아니 있는 그 어디... 아니... 저기... 조금... 여기... 조금... 아닌가... 나 아닌 나의 조각... 흩어진 나 아닌 나... 여기 없다 저기 없다 아니... 아니... 원래 없나... 원래... 원래... 아니 있나... 없이 있나... 아니 있는... 없이 있는... 나... 나... 나... 유대칠이 흩어진다. 2020년 1월 24일 2020. 1. 24.
나는 나란 있음이 그립다 (일간유대칠 9호 2020.01.22) 나는 나란 있음이 그립다 유대칠 (토마스철학학교 오캄연구소) 씀 빈집 기 형 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아니 있음'에서 '있음의 간절함'을 마주한다. '있음의 있음'을 확신하게 된다. 이미 아니 있지만, 있는 듯이 나를 지배한다. 사랑은 '더불어 있음'의 순간보다 사라진 이후 더 강하게 그 있음의 향을 드러낸다. 나란 있음은 있어야 할 것의 아니 있음 가운데, 그 있음을 그리워하는 서글픈 '홀로 있음'이다. 철학의 시작은 이와 같다. 마땅히 있.. 2020. 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