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존재론174 걷는다 (일간 유대칠 2020 06 17) 걷는다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보이다 사라지고 보이다 사라지며 그리 있다 없어진 만큼 나는 조금씩 움직이다. 묵주알 한알 한알 헤아리듯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헤아린다. 헉헉헉헉... 기도문이 머물듯 한발한발 내숨도 함께 있고... 얼마나 움직였나... 어느 순간 내 있음은 지워지고 내 걸음만 남는다. 땀이 그리 나도 숨이 그리 차도 발바닥이 그리 아파도 내 걸음이 끝나 내 있음이 돌아온 후에야 알아차린다. 내 것이 된다. 다시... 걷는다. 유대칠 2020 06 17 2020. 6. 17. 그냥 좋은 사람으로 충분하다. (일간 유대칠 2020.06.17) 나는 지금 특별히 미운 사람이 없다. 싫은 이들이 있지만, 그렇다고 미워한다는 생각은 조금 많이 사라져 버렸다. 가만히 생각하면, 과거엔 구체적인 누군가가 아니라, 그냥 내 관념 속 누군가를 만들어 그와 싸운 듯 하다. 내 머리 속 관념과 조금이라도 비슷하면 당장 싸우려하고 말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면 내가 싸운 것은 그가 아닌 내 관념이었다. 왜 그런 관념이 생겼을까? 어쩌면 그것도 내 상처의 흔적일지 모른다.과거 나에게 상처를 준 몇몇 사람들, 그 몇몇 사람들도 저마다 다 서로 다르게 나쁜데 그 서로 다른 다름을 넘어서는 그들 사이 흐리게 비슷한 어떤 것을 확실하게 존재하는 무엇으로 확신해 버린 것 같다. 바로 그 악의 기운과 싸워 죽여버려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증...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 2020. 6. 17. 있는 없음의 슬픔 (일간유대칠 2020.07.16) 나는 새벽에 글을 읽고 쓴다. 낮에는 새벽에 쓸 글을 생각하고 있다. 생각이 막히면 막힌 부분의 생각을 도움 글을 부르기도 하고, 어떤 자료가 필요하면 구하려 노력하기도 한다. 출근과 퇴근도 없다. 풀다가 막히면 언제나 문자하라는 말에 나에게 영어를 배우는 이들은 하루에도 수십여통 나에게 문자를 한다. 그들의 문자에 답을 한다. 늦으면 자꾸 묻는 이들도 있다. 나는 퇴근도 없고 출근도 없이 그렇게 하루 종일 긴장해있다. 하루 어느 정도의 분량을 번역하고 어느 정도의 분량을 적어내고 어느 정도의 분량을 읽어간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 아무도 없는 시간에 나는 눈물이 나기도 한다. 정말 마음 편하게 잠을 자고 싶지만, 나는 마음 편하게 잠을 자지 못한다. 이젠 습관이 되었다. 오늘도 .. 2020. 6. 16. 부모를 위한 철학 4 제법 큰 덩치지만 그는 항상 죄인 처럼 보였다. 그의 어버지는 나에겐 자상한 아저씨였지만, 그에겐 무서운 아버지였다. 평생 힘들게 일군 작은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 자부심이 너무 커서인지 아들의 능력으로는 그 회사를 이어가기 힘들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만난 그는 그렇게 계속 아버지의 옆에서 보조로 몇 년을 있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들을 했다. 짐을 나르고 짐을 지키고... 아저씨는 단 한 번도 그를 좋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는 단 하루도 제대로 놀지 못하고 일을 했다. 하지만 그 마을에선 누구나 알듯이 아저씨는 부자였고, 그 부자라는 말에 능력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버지의 능력만큼 그는 자신을 평가하지 않았다. 자신은 그저 짐을 나르고 짐을 지키고 운전을 하는 사람이었다. 부자 .. 2020. 6. 14. 이전 1 ··· 16 17 18 19 20 21 22 ··· 4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