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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캄연구소394

행복하여라 4 소유의 굶주림에서 의로움의 굶주림으로! 복되어라, 의로움에 굶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그들은 배부르게 되리니. (마태오복음 5장 6절) 의로움에 굶주린 이들, 사실 의롭지 않은 이들은 의로움에 굶주리지 않습니다. 아예 쓸데없는 것으로 보일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것으로 보이는데 어찌 굶주리겠습니까. 없어도 그만이지요. 의로움보다는 소유에 목마른 이들의 세상입니다. 부모들도 자녀에게 소유의 목마름을 가르쳐 줍니다. 저 집은 얼마이고 우리 집은 얼마이고 그래서 저 사람은 저만큼 위에 있고 우리는 이 만큼 아래 있다고 알려줍니다. 저 차는 얼마이고 우리 차는 얼마이고, 그래서 저 사람은 저만큼 위에 있고 우리는 이 만큼 아래 있다고 할 수 있는 모든 비유를 들어온 삶의 구석구석 일상의 매 순간마다 가르쳐줍니다. 대학을 진학할 때 학과 선택에서도 소유의.. 2020. 11. 9.
이어지고 뭉치고 흩어지고 다시 이어지며 뭉치는 역사의 장.[ 숲 (이응노 2981년 작)] 한지에 잉크로 그려진 숲은 매우 역동적입니다. 중앙에 드러난 큰 몸짓이 두드러져 보이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빈 공간에 강한 여백을 배경으로 그려진 획이 아닙니다. 공간의 배경인 듯이 그려진 듯 보이는 작은 몸짓들도 무엇인가 하나의 이상한 질서 속에서 혼돈의 외침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결코 중앙의 큰 몸짓만이 주인공이 아니라는 듯이 그림의 경계 부분에서 강한 몸짓이 그림 밖 미쳐 이 그림에 담기지 못한 부분에서의 큰 몸짓을 눈이 아닌 마음으로 보이게 합니다. 숲은 1981년 작입니다. 박정희는 시대가 사렸지만 역시자 독재는 그대로 이어집니다. 전두환의 잔혹한 시대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광주에선 많은 이들이 시대의 어둠에 항거하며 죽어갔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역사의 영웅으로 그 이름이 그 높이 .. 2020. 11. 9.
더불어 있음의 존재론: '누구임'과 '있음'에 대한 메모 나는 '있다'. 그 사실은 의심할 수 없는 내 있음의 '어쩔 수 없음'이다. 나는 '있다'. 그것도 여기에 있다. 이런저런 의심으로 지금 여기 나를 고민할 수 있지만 결국 나는 여기에 있다. 그런데 그 '있음'이 삶을 살지 않는다. 삶 속 나의 '있음'은 항상 '누군가와 있다'. 그 누군가가 경우에 따라선 사람이고 물건이고 사건이고 역사일 수 있다. 그러나 항상 '누군가와 있다'. 그 누군가와 있으며 동시에 나는 그 누군가에게 '누구'가 된다. 바로 철학의 순간이다. '누구'가 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저 '홀로' 있을 때 '나의 있음'은 '그저 있음'이지만 '더불어' 있을 때 '나의 있음'은 '누구로 있음'이다. 나는 항상 누군가에게 '누구'이다. 나의 '누구임'이 나의 '모두'는 아니다. 그러나.. 2020. 11. 9.
더불어 있음의 존재론 1. 참으로 무엇으로 있는 것에 대하여 이 세상 존재하는 모든 것의 가장 근원적인 바탕이 되는 것을 헬라 사람들은 우시아(Ousia)라고 불렀습니다. 이것을 흔히 일본과 한국에선 '실체'라고 번역합니다. 실체는 다르게 되지 않으며 다른 것에 그 존재를 의존하지 않는 그러한 존재입니다. 라틴어로는 숩스탄씨아(substantia)라고 합니다. 이것은 라틴어로 악치덴스(accidens)라고 불리는 것과 다릅니다. 악치덴스는 흔히 우연히 있다는 의미에서 '우유'라고 번역합니다. 유대칠의 머리 모양이나 유대칠이 사는 곳 그리고 유대칠의 소유하는 것 등은 유대칠의 본질을 다르게 하지 못합니다. 유대칠은 대구에 사는 사람이지만 대구에 사는 사람이란 장소에 대한 서술이 유대칠의 본질은 아입니다. 유대칠은 이 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 .. 2020. 1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