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캄연구소394 부모를 위한 철학 4 제법 큰 덩치지만 그는 항상 죄인 처럼 보였다. 그의 어버지는 나에겐 자상한 아저씨였지만, 그에겐 무서운 아버지였다. 평생 힘들게 일군 작은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 자부심이 너무 커서인지 아들의 능력으로는 그 회사를 이어가기 힘들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만난 그는 그렇게 계속 아버지의 옆에서 보조로 몇 년을 있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들을 했다. 짐을 나르고 짐을 지키고... 아저씨는 단 한 번도 그를 좋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는 단 하루도 제대로 놀지 못하고 일을 했다. 하지만 그 마을에선 누구나 알듯이 아저씨는 부자였고, 그 부자라는 말에 능력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버지의 능력만큼 그는 자신을 평가하지 않았다. 자신은 그저 짐을 나르고 짐을 지키고 운전을 하는 사람이었다. 부자 .. 2020. 6. 14. 부모를 위한 철학 3 결혼 전 일이다. 학원에서 영어 강사를 할 떄다. 학원의 국어 선생은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었다. 엄청나게 준비하고 엄청나게 잘 강의했다. 평소, 조금 무서운 얼굴이지만, 강의만 하면 코미디언 같기도 했다. 유리창 넘어 본 그 선생의 모습은 과연 같은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른 선생들은 그를 조금 싫어했지만, 나는 그를 싫어할 이유가 없었다. 단지 그를 싫어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나는 학원에서 그와 가장 친한 사람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그는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강의 전 무서운 얼굴은 머리 속에서 강의를 리허설하는 것과 같았다. 지역 고등학교 내신 문제의 경향을 파악하고 학생들 이해를 위해 무척이나 애를 쓰는 모습이었다. 학원이 아니라, 학교에서 선생을 하고 싶어 했지만, 당장 그의 .. 2020. 6. 13. 나. 주체. 나는 항상 내가 누구라는 그 강제가 싫었다. 집에 냉장고 있는 사람 손들어라. 집에 차있는 사람 손들어라. 집에 전화있는 사람 손들어라. 이런 질문은 질문이 아니라 나에게 대한 강제였다. 너는 누구라는 강제다. 너는 지금 이 공간 그리고 이 시간 속에서 누구라는 강제다. 나는 그 모든 것이 싫었다. 나를 어떤 형태의 도식으로 묶는 모든 것이 싫었다. 나는 나이지만 주어의 나는 묻는 나이고 보어의 나는 답하는 나다. 나는 나이지만 나는 나가 아니고 나는 나가 아닌 것이 아닌 것이다. 나는 과정 중이다. 여정 중이다. 나는 정해진 실체적 고정물이 아니다. 사람은 이성적 동물이지만, 나는 사람일뿐 그것이 내 삶에 주는 정보라고는 다른 짐승보다 더 머리를 쓰면 더 나다운 나가되기위해 고민해야한다는 정도였다. 나.. 2020. 6. 13. 자료 1 '주체(sujet)'에 대한 메모 알랭 드 리베라(Alain de Libera)의 책 가운데 을 본다. 2015년의 책이고 이후 이미 관련 연구물들을 내었으니 이것을 가장 최신이라 부르기 힘들겠다. 여기에서도 드 리베라는 그저 중세와 근대에 한정되어 논의하지 않는다. 어느 기타리스트가 락과 클래식을 오가며 다시 클레식에서도 이런 저런 다양한 사조를 오가며 자신이 생각한 그 미적 영감을 우리에게 전하듯이 그 역시 다양한 철학 영역을 오가며 그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있다. 이제까지 그가 걸어온 책의 제목이 이란 사실을 보면 이미 그냥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푸코의 영역이 느껴진다. 그리고 드 리베라 자신도 언급하고 있지만, 그의 논의엔 니체의 영향도 있다. 니체는 대중의 미신을 언급하며 주체의 미신, 자아의 미신 그리고 영혼의 미신을 이.. 2020. 6. 12. 이전 1 ··· 57 58 59 60 61 62 63 ··· 9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