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캄연구소394 그런 내가 그리웠으면 좋겠다. 나의 방은 어지럽다. 나의 방은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쓰레기 같은 곳이다. 어느 하나 정돈되어 있지 않아 보인다. 내 눈엔 그래도 나름 질서가 있지만, 그것은 나의 생각일 뿐이고, 아마 많은 이들의 눈에 나 자신과 같은 이 공간은 그냥 쓰레기 같이 보일 것이다. 그렇다. 이제까지 그랬다. 그 쓰레기 안에 내가 앉아있다. 마치 한 마리 바퀴벌레처럼 말이다. 쓰레기 더미 안에서, 바퀴벌레는 자신의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눈엔 역겹지만, 그는 그의 길을 열심히 가고 있을지 모른다. 스스로에게 충실하며 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쓰레기이고, 그 쓰레기 가운데 죽여 버려야 할 어디에서 쓸데없는 쓰레기보다 못한 바퀴벌레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나도 그처럼 그 쓰레기 안에서 책을 쓰고 논문을 쓰고.. 2020. 6. 23. 부모를 위한 철학 5 나는 나의 아이들을 잘 모른다. 내가 온전히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래서 내가 아는 나의 아이들로 나의 아이들을 만들려는 순간, 나는 아이들을 식민 지배 하는 침략군이 될 수 있다. 아이들은 나의 눈치를 볼 것이고, 나의 기대치에서 자신의 기쁨을 찾을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즐기는 것에 대하여 부모의 검열을 당연시 할지 모른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해 보이지만, 어느 순간, 새로운 존재, 엄청난 가능성의 존재는 부모의 관념 속에서 구속된 초라한 존재가 되어 버린다. 나를 너무나 잘 알던 한 친구는 내가 닭을 먹지 않는 시간을 잘 알았다. 그것을 아는 친구는 많지 않다. 나는 강의 전에 닭을 먹지 않는다. 집에서 가족들과 있으면 닭을 즐기지만 밖에 나와 학원 강의를 하거나 이런 저런 일을 할 때, .. 2020. 6. 23. 걷는다 (일간 유대칠 2020 06 17) 걷는다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보이다 사라지고 보이다 사라지며 그리 있다 없어진 만큼 나는 조금씩 움직이다. 묵주알 한알 한알 헤아리듯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헤아린다. 헉헉헉헉... 기도문이 머물듯 한발한발 내숨도 함께 있고... 얼마나 움직였나... 어느 순간 내 있음은 지워지고 내 걸음만 남는다. 땀이 그리 나도 숨이 그리 차도 발바닥이 그리 아파도 내 걸음이 끝나 내 있음이 돌아온 후에야 알아차린다. 내 것이 된다. 다시... 걷는다. 유대칠 2020 06 17 2020. 6. 17. 그냥 좋은 사람으로 충분하다. (일간 유대칠 2020.06.17) 나는 지금 특별히 미운 사람이 없다. 싫은 이들이 있지만, 그렇다고 미워한다는 생각은 조금 많이 사라져 버렸다. 가만히 생각하면, 과거엔 구체적인 누군가가 아니라, 그냥 내 관념 속 누군가를 만들어 그와 싸운 듯 하다. 내 머리 속 관념과 조금이라도 비슷하면 당장 싸우려하고 말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면 내가 싸운 것은 그가 아닌 내 관념이었다. 왜 그런 관념이 생겼을까? 어쩌면 그것도 내 상처의 흔적일지 모른다.과거 나에게 상처를 준 몇몇 사람들, 그 몇몇 사람들도 저마다 다 서로 다르게 나쁜데 그 서로 다른 다름을 넘어서는 그들 사이 흐리게 비슷한 어떤 것을 확실하게 존재하는 무엇으로 확신해 버린 것 같다. 바로 그 악의 기운과 싸워 죽여버려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증...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 2020. 6. 17. 이전 1 ··· 56 57 58 59 60 61 62 ··· 9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