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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철학사63

소리가 음악이 될 때 (일간유대칠 21호 2020. 03. 05) 언젠가 고물상 아저씨에게 산 LP가 나에겐 소중한 벗이다. 오늘도 LP가 나의 아침을 함께 한다. 고물상 아저씨의 큰 손수레에서 나의 가방에 담기고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 10만원이 되지 않는 작은 턴테이블 위에서 나의 LP들은 글노동의 순간마다 나의 벗이 된다. 나보다 나이가 더 많은 친구들도 제법되고 나의 클레식 카세트 테이프는 1984년 제작이니 내 어린 시절에 만들어진 30살도 더 되는 벗들이다. 음악이 나에게 다가와 나의 한 조각이 될 때 그 음악은 더 이상 그냥 박자에 따라 움직이는 소리 그 이상이 된다. 지금 울리는 1983년 LP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4번 G장조 작품 번호 58번 곡도 그냥 소리일 뿐일 수 있다. 나의 혼으로 다가와 나의 안 그 무엇이 아니면 말이다. 그냥 그런 긴 이름.. 2020. 3. 5.
라디오... (일간유대칠 20호 2020.02.08) 공부를 할 때 나의 옆에서 쉼없이 지지직 지지직 소리를 내고 있는 친구는 라디오다. 그냥 그렇게 지지직 지지직 소리를 내면서 내가 듣는 거의 유일한 방송 채널인 KBS 클래식을 들려준다. 아날로그에 대한 감성인지 그런 것은 모르겠다. 그냥 지지직 지지직 그 소리도 그냥 그대로 그 음악과 하나되어 있는 것 같아서 그렇게 나쁘지 않다. 약간의 잡음이 들어가서 오히려 편한 것이 나의 인생이다. 이 라디오도 지금 자기 자리에서 얼마나 열심히 주파수를 잡아서 소리를 바꾸어 나에게 들려주는가 말이다. 그 잡음도 그 노력과 애씀의 순간들을 보여준다. 아예 잡음만 나와도 나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하고 노력해서 그 가운데 음악을 잡아서 들려준다. 내 인생도 무지하게 잡음이 많다. 글솜씨도 좋은 것도 아니다. 이제까.. 2020. 2. 28.
대한민국철학사 한줄 읽기! (일간유대칠 19호 2020.02.26) 나는 너로 인하여 있다. P. 526 꽃은 홀로 아름답지 않다. 꽃의 아름다움은 햇빛의 ‘자기 내어줌’으로 있 다. 흙의 ‘자기 내어줌’도 더불어 있다. 바람의 ‘자기 내어줌’도 더불어 있으며, 빗물의 ‘자기 내어줌’도 역시나 더불어 있다. 그리고 강아지똥도 ‘자기 내어줌’ 으로 더불어 있다. 꽃은 이들 ‘자기 내어줌’이 더불어 있음으로 가득한 아름다움이다. 권정생에게 아름다움은 홀로 있는 것이 아니다. 여러 존재들의 자기 내어줌으로 가능한 것이 아름다움이다. 그것이 존재의 참모습이고 생명의 참모습이다. 한송이 꽃도 그저 외롭게 있지 않다. 한송이라며 하나로 부르지만 사실 수많은 조각의 있음들이 더불어 있음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더불어 있음이다. 그렇게 한송이 꽃은 우리로 있다. 햇빛도, 흙도, 빗물도, .. 2020. 2. 26.
너 없이 나, 나는 결국 너와 더불어 있음이다. 내 앞에 너를 이기고 구원을 얻으려 한다면, 참으로 나쁜 구원이다. 너의 아픔을 거름으로 얻는 구원이라면 참으로 나쁜 구원이다. 결국 나는 너와 싸워야 한다. 때론, 나만 구원되기 위해 침묵해야 한다. 그냥 그대로 너는 지옥에 가고 나는 천국에 가기 위해 말이다. 너와 싸우다 너가 아프면 그것은 신의 선택을 받지 못한 너의 운명이고, 너와 싸우다 내가 아프면 그것은 신을 향한 고난의 길이다. 신앙의 길이다. 그 신앙에 너는 없고 나만 있다. 사회에 무리를 일으키는 많은 종교가 그렇다. 악이라도 스스로는 선이라 한다. 아무리 사악해도 보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한다. 보이고 생각하는 것은 그저 '나' 하나다. 예수천국 불신지옥! 결국 신도 나 한 사람의 사후 행복을 위한 수단이다. 그 이상한 이기심의 동지가 .. 2020. 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