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존재론174 나는 결국 아무 것도 아니다. 유대칠의 불교 이야기 - 1. 불교가 등장하기 전 (2020.03.11) 나는 결국 아무 것도 아니다. - 유대칠의 불교 이야기 1. 불교가 등장하기 전 불교(佛敎)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내가 불교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다. 지금은 없어진 대구 수성 1가의 어느 작은 서점에서 책 한 권을 샀다. 바로 『금강경(金剛經)』이다. 지금 생각하면 뭐 하나 제대로 이해한 것 없지만, 야간자율 학습 시간, 나는 그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 책의 내용을 돌아보면서 한참 명상에 잠긴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더 궁금하기도 하고, 당시 수업 시간에 들은 기억이 나서 도서관에 가서 빌려 읽은 책은 신라의 고승 원효(元曉, 617-686)가 『금강삼매경론(金剛三昧經論)』이다. 어려운 책이었다. 지금은 생각도 나지 않은 깨우침에 나름 상당히 흐뭇한 시간을 보냈던 것 .. 2020. 3. 12. 마스크 뒤로 숨은 불안한 나 (일간유대칠 22호 2020.03.10) 마스크로 막고 싶은 것은 불안이다. 그냥 불안한 것이다. 나의 밖 모든 것을 믿지 못하고 살아왔다. 노력해서 살아도 엉뚱한 이가 낚아채고, 세상은 그것을 성공이고 세상사는 방법이라 말했다. 누구의 말도 믿지 못하고 믿을 것은 불안해하는 나란 존재의 생존 욕구 뿐이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는다. 손소독이 중요하다 해도, 이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나의 방어망이 필요하다. 마스크다. 그래서 마스크가 필요하다. 정부의 말도 믿지 못하고, 시장의 말도 믿지 못하고, 그나마 자신의 불안 해소 욕구를 가장 쉽게 자극하는 근거 없는 헛소문 만이 마스크 안으로 들어올 뿐이다. 마스크로 막고 싶은 것은 불안이다. 신학 전문가의 말도 우리네 삶과 멀었다. 우리네 삶, 곳곳에 생존에 대한 욕구로 가득.. 2020. 3. 10. 소리가 음악이 될 때 (일간유대칠 21호 2020. 03. 05) 언젠가 고물상 아저씨에게 산 LP가 나에겐 소중한 벗이다. 오늘도 LP가 나의 아침을 함께 한다. 고물상 아저씨의 큰 손수레에서 나의 가방에 담기고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 10만원이 되지 않는 작은 턴테이블 위에서 나의 LP들은 글노동의 순간마다 나의 벗이 된다. 나보다 나이가 더 많은 친구들도 제법되고 나의 클레식 카세트 테이프는 1984년 제작이니 내 어린 시절에 만들어진 30살도 더 되는 벗들이다. 음악이 나에게 다가와 나의 한 조각이 될 때 그 음악은 더 이상 그냥 박자에 따라 움직이는 소리 그 이상이 된다. 지금 울리는 1983년 LP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4번 G장조 작품 번호 58번 곡도 그냥 소리일 뿐일 수 있다. 나의 혼으로 다가와 나의 안 그 무엇이 아니면 말이다. 그냥 그런 긴 이름.. 2020. 3. 5. 라디오... (일간유대칠 20호 2020.02.08) 공부를 할 때 나의 옆에서 쉼없이 지지직 지지직 소리를 내고 있는 친구는 라디오다. 그냥 그렇게 지지직 지지직 소리를 내면서 내가 듣는 거의 유일한 방송 채널인 KBS 클래식을 들려준다. 아날로그에 대한 감성인지 그런 것은 모르겠다. 그냥 지지직 지지직 그 소리도 그냥 그대로 그 음악과 하나되어 있는 것 같아서 그렇게 나쁘지 않다. 약간의 잡음이 들어가서 오히려 편한 것이 나의 인생이다. 이 라디오도 지금 자기 자리에서 얼마나 열심히 주파수를 잡아서 소리를 바꾸어 나에게 들려주는가 말이다. 그 잡음도 그 노력과 애씀의 순간들을 보여준다. 아예 잡음만 나와도 나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하고 노력해서 그 가운데 음악을 잡아서 들려준다. 내 인생도 무지하게 잡음이 많다. 글솜씨도 좋은 것도 아니다. 이제까.. 2020. 2. 28. 이전 1 ··· 25 26 27 28 29 30 31 ··· 4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