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존재론94 그리운 사람... 과거 교통사고로 입원해있을 때 일이다. 자신은 그냥 사고로 죽었어도 그렇게 많은 이들의 아픔은 아닐 것이라 했다. 아마 자신의 아내는 보험금 문제만 해결되면 크게 울 일이 없다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아내와는 돈 이야기말고는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면서 말이다. 간혹 한 번씩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 쓸데 없는 이여기하며 대화하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두주 동안 아저씨의 아내는 한번도 병원에 오지 않았다. 주말에 찾아오는 딸, 딸이 자신의 죽음을 슬퍼할 사람이라며 자신의 딸을 보면서 산다고 했다. 병원에 오래 있으면 별의 별 생각을 다하는구나... 그때 나는 그냥 그렇게 생각했다. 솔직하게 그냥 흘려 들었다. 요즘 당시 병원에서 정리한 메모들을 보면서 그날 그 아저씨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 아저씨의 .. 2020. 6. 28. 그런 내가 그리웠으면 좋겠다. 나의 방은 어지럽다. 나의 방은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쓰레기 같은 곳이다. 어느 하나 정돈되어 있지 않아 보인다. 내 눈엔 그래도 나름 질서가 있지만, 그것은 나의 생각일 뿐이고, 아마 많은 이들의 눈에 나 자신과 같은 이 공간은 그냥 쓰레기 같이 보일 것이다. 그렇다. 이제까지 그랬다. 그 쓰레기 안에 내가 앉아있다. 마치 한 마리 바퀴벌레처럼 말이다. 쓰레기 더미 안에서, 바퀴벌레는 자신의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눈엔 역겹지만, 그는 그의 길을 열심히 가고 있을지 모른다. 스스로에게 충실하며 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쓰레기이고, 그 쓰레기 가운데 죽여 버려야 할 어디에서 쓸데없는 쓰레기보다 못한 바퀴벌레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나도 그처럼 그 쓰레기 안에서 책을 쓰고 논문을 쓰고.. 2020. 6. 23. 부모를 위한 철학 5 나는 나의 아이들을 잘 모른다. 내가 온전히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래서 내가 아는 나의 아이들로 나의 아이들을 만들려는 순간, 나는 아이들을 식민 지배 하는 침략군이 될 수 있다. 아이들은 나의 눈치를 볼 것이고, 나의 기대치에서 자신의 기쁨을 찾을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즐기는 것에 대하여 부모의 검열을 당연시 할지 모른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해 보이지만, 어느 순간, 새로운 존재, 엄청난 가능성의 존재는 부모의 관념 속에서 구속된 초라한 존재가 되어 버린다. 나를 너무나 잘 알던 한 친구는 내가 닭을 먹지 않는 시간을 잘 알았다. 그것을 아는 친구는 많지 않다. 나는 강의 전에 닭을 먹지 않는다. 집에서 가족들과 있으면 닭을 즐기지만 밖에 나와 학원 강의를 하거나 이런 저런 일을 할 때, .. 2020. 6. 23. 부모를 위한 철학 4 제법 큰 덩치지만 그는 항상 죄인 처럼 보였다. 그의 어버지는 나에겐 자상한 아저씨였지만, 그에겐 무서운 아버지였다. 평생 힘들게 일군 작은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 자부심이 너무 커서인지 아들의 능력으로는 그 회사를 이어가기 힘들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만난 그는 그렇게 계속 아버지의 옆에서 보조로 몇 년을 있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들을 했다. 짐을 나르고 짐을 지키고... 아저씨는 단 한 번도 그를 좋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는 단 하루도 제대로 놀지 못하고 일을 했다. 하지만 그 마을에선 누구나 알듯이 아저씨는 부자였고, 그 부자라는 말에 능력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버지의 능력만큼 그는 자신을 평가하지 않았다. 자신은 그저 짐을 나르고 짐을 지키고 운전을 하는 사람이었다. 부자 .. 2020. 6. 14.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 2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