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존재론94 부모를 위한 철학 3 결혼 전 일이다. 학원에서 영어 강사를 할 떄다. 학원의 국어 선생은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었다. 엄청나게 준비하고 엄청나게 잘 강의했다. 평소, 조금 무서운 얼굴이지만, 강의만 하면 코미디언 같기도 했다. 유리창 넘어 본 그 선생의 모습은 과연 같은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른 선생들은 그를 조금 싫어했지만, 나는 그를 싫어할 이유가 없었다. 단지 그를 싫어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나는 학원에서 그와 가장 친한 사람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그는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강의 전 무서운 얼굴은 머리 속에서 강의를 리허설하는 것과 같았다. 지역 고등학교 내신 문제의 경향을 파악하고 학생들 이해를 위해 무척이나 애를 쓰는 모습이었다. 학원이 아니라, 학교에서 선생을 하고 싶어 했지만, 당장 그의 .. 2020. 6. 13. 나. 주체. 나는 항상 내가 누구라는 그 강제가 싫었다. 집에 냉장고 있는 사람 손들어라. 집에 차있는 사람 손들어라. 집에 전화있는 사람 손들어라. 이런 질문은 질문이 아니라 나에게 대한 강제였다. 너는 누구라는 강제다. 너는 지금 이 공간 그리고 이 시간 속에서 누구라는 강제다. 나는 그 모든 것이 싫었다. 나를 어떤 형태의 도식으로 묶는 모든 것이 싫었다. 나는 나이지만 주어의 나는 묻는 나이고 보어의 나는 답하는 나다. 나는 나이지만 나는 나가 아니고 나는 나가 아닌 것이 아닌 것이다. 나는 과정 중이다. 여정 중이다. 나는 정해진 실체적 고정물이 아니다. 사람은 이성적 동물이지만, 나는 사람일뿐 그것이 내 삶에 주는 정보라고는 다른 짐승보다 더 머리를 쓰면 더 나다운 나가되기위해 고민해야한다는 정도였다. 나.. 2020. 6. 13. '나'는... 아빠로 산다는 것... 남은 가족들 보험금이나 잘 남겨 주면 죽어도 그만이다. 광주에서 대구 가는 버스에서 한 아저씨의 이야기다. 대구의 단어들이 나왔지만 말은 광주였다. 나의 앞에 앉아 심야 버스로 대구 가는 길... 그는 힘겨운 그러나 누구도 수고 했다는 말 한 마디 하지 않는 자신의 삶을 그렇게 표현했다. 그리고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도 되는 듯이 모두가 그렇게 산다는 식으로 스스로 자기 위로 하며 말을 멈추었다. 슬프다. 아무리 노력해도 큰 돈을 벌어다 주지 못하는 나는 항상 무능한 사람이었다. 누가 무엇이라 하지 않아도 항상 혼자 그렇게 힘들어 했다. 싼 과외 선생이라 그런데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대구역 부근 어느 학부모의 독설도 참았다. 비는 시간이면 서류 번역을 하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광.. 2020. 6. 8. 부모를 위한 철학 2 부모를 위한 철학 2 그 친구의 아버지는 뱃사람이었다. 정확히 그 친구는 잘 기억도 하지 못할 그 과거, 아버지는 뱃사람이었다. 그러나 사고로 두 눈을 다치고, 친구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앞으로 보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어머니는 뇌에 조금의 문제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 친구의 부모님들은 보호자라기 보다 어려서 부터 보호 받아야하는 사람이었다. 친구는 중졸이다. 국밥을 먹지 않는 친구는 남들이 고등학교를 다니던 대부분의 시간을 국밥집에서 일을 했다. 번 돈은 부모님의 몫이었다. 친구는 식당 구석에서 생활했다. 20대가 되고, 서서히 그를 이해한다는 친구들은 자신들의 대학 생활에 충실했고, 친구는 서서히 그렇게 아주 서서히 지워져갔다. 제법 시간이 지나서 만난 친구는 밖에서 보면 술집 처럼 보이는 어느 것의.. 2020. 6. 8. 이전 1 ··· 10 11 12 13 14 15 16 ··· 2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