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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존재론94

부모를 위한 철학 1 내 아이는 나의 생각과 기대 속에 구속 되어서는 안 된다. 나의 생각과 다른 길을 가고, 나의 기대와 다른 것을 선택해도, 상관 없다. 나의 생각이란 이 작고 작은 유한함 속에 가두기에 내 아이의 꿈은 무한하기 때문이다. “돈이 없다.” 부모의 이 작은 말에 어느 아이는 자기 꿈의 크기를 조정한다. 돈이 없어서 너에게 도와줄 것이 없고, 돈이 없어서 너에게 사줄 것도 없고, 이 세상은 돈이 결국 지배할 것이고, 아빠는 돈이 없어서, 너에게 도울 것이 없으니, 알아서 작게 작게 살아라. 이렇게 알아듣기도 한다. 얼마전 한 누나를 만났다. 공부를 아주 잘 하지 못했지만, 그런데로 자기 생각이 선명했다. 내가 봐서는 무척이나 고집이 강하고 화도 잘 내는 아버지와 술 이외 것엔 별로 관심이 없던 어머니 사이에서.. 2020. 6. 6.
'당함'과 '행함' 오랜 시간 많은 이들은 순수한 행함만이 더욱 더 온전한 그 무엇이라 생각했다. 무엇인가로 부터 당한다는 것은 온전한 것이 아닌 존재, 무력한 존재, 의존적인 존재, 나약한 존재로 보았다. 이 세상 그 무엇으로 부터도 당하지 않는 존재, 그런 존재가 되려 했고, 그런 존재를 참으로 온전한 존재라 생각했다. 신 역시 그러한 존재라고 생각한 듯 하다. 많은 종교는 수많은 이들을 아무렇지 않게 죽일 수 있지만, 스스로는 죽지도 않고 늙어지지도 않는 존재, 그런 존재를 신이라 생각했다. 문학적으로 감성적으로 신도 운다 하지만, 신은 이 세상 다른 어떤 것에도 의존하지 않으며, 이 세상 모든 것이 사라져도 그 자신의 존재엔 어떤 변화도 없는 그러한 존재, 즉 신은 철저하게 홀로 있음의 존재다. 물론 몇몇 종교인이가.. 2020. 6. 6.
아닌 것으로 있다는 것 무엇이 아닌 것으로 있을 때, 있는 것은 그 있음을 자기 밖 자기 아닌 것에 의해 구속된다. 나는 너가 아닌 것으로 있고 나는 남이 아닌 것으로 있다. 타자는 나를 막아선 본질의 벽이다. 그 벽 안에서 나는 남 아닌 것으로 나를 안다. 남은 나의 있음을 위해 필요하다. 그 남이 나의 있음을 규정해 주기 때문이다. 나는 남을 나의 존재에서 온전히 배제함으로 내가 된다. 무엇도 아닌 것, 무엇 아닌 나, 남 아닌 나는 남을 지우고 남을 적으로 만들며 있다. 적이 필요하다. 막상 그렇게 철저하게 홀로되면 이젠 괴롭다. 남 아닌 나로 있다. 막상 남이 없으면 나를 규정한 수단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 서글픈 자존감은 오히려 무서운 자기 결핍인 것이다. 부족한 나와 다른 너라며 자신을 높여줄때 만들어진 서글픈 노.. 2020. 5. 27.
존재론 강의 2 더불어 있음에 대하여 2020.05.22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남편, 누군가의 아버지... 누군가가 읽는 책의 저자... 누군가의 삶이 잠시 스친 철학 강의의 강사... 누군가의 제자... 누군가의 이웃... 누군가의 신도... 누군가의 페이스북 친구... 등등등... 결국 그 수많은 누군가 속에 내가 있다. 그 모둔 누군가를 지우고 있는 곳에 나는 그저 있을 뿐, 그저 그렇게 홀로 있을 뿐... 그 뿐이겠다. '있다'... 그저 홀로 있음으로 나와 더불어 있는 모든 것을 지우면 그 '있디'는 무엇도 아닌 것으로 있는 것이 된다. '무엇 아닌 있다'의 모습 말이다. 그렇게 스스로 있으려 노력하고 노력하지만 결국 웃어도 더불어 웃고 울어도 더불어 운다. 홀로 앞서 독립적으로 살자 해도 그럴 수 없다. 그것이 우리의 존재론적 처지다. 우리 있음.. 2020. 5. 24.